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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순위전 수석 손예빈의 지난 20년 그리고 남은 여정
  • 월간골프
  • 등록 2022-02-03 13: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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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빈. 사진/KLPGA

KLPGA 선수들에게 마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정규 투어 시드순위전은 말 그대로 시드 순위를 정하는 관문이다. 수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선수가 명문 대학에 입학하듯, 정규투어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선수는 당연히 다음 시즌 정규투어에서 다른 선수보다 더 많은 대회 참가 기회가 주어진다. 

 

이처럼 쉬운 메커니즘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장의 치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지옥의 레이스’의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며 수석 자리를 꿰찬 ‘라이징 스타’ 손예빈(20)이 그동안 지나온 길과 앞으로 향할 그녀의 발자취를 알아본다.

 

‘KLPGA 2022 정규 투어 시드 순위전’에서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69-71-63-68)를 기록하며 전체 참가 인원 395명 중 1위 자리에 올라선 손예빈은 떡잎부터 달랐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10살에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을 때는 막상 큰 흥미를 못 느꼈다고 전한 손예빈은 이후 참가한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성취감을 맛본 이후로 점점 골프에 빠졌다.

 

실력을 갈고닦아 성장한 손예빈은 결국 2015년 여자주니어상비군에 발탁됐다. 나아가 2018년에는 국가상비군에 들었으며, 이듬해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여자 아마추어 중 최고 실력을 입증했다. 아마추어에서 이룰 수 있는 ‘특급’ 타이틀을 전부 손에 쥔 손예빈은 단지 아마추어 선수들 사이에서만 강한 인상을 남긴 것만은 아니다.

 

2018년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16위를 기록하며 프로 사이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친 손예빈은 그 다음 달에 열린 메이저대회 ‘기아자동차 제32회 한국여자 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도 1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9년 국가대표로 활약한 손예빈은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손예빈은 ‘어코드 중국 아마추어 골프 오픈’, ‘경기도 의장배 골프대회’, ‘제13회 KB금융그룹배 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그리고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골프부 단체전’ 등에서 우승컵을 수집하며 자신의 주가를 높였고, 프로로 전향함과 동시에 나이키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2020년 6월 KLPGA에 입회해 처음 참가한 ‘KLPGA 2020 그랜드-삼대인 점프 투어 1차전’에서 손예빈은 연장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려 뜨거운 관심에 보답했다. 하지만, 화려한 프로 데뷔 시즌을 기대한 손예빈은 거듭된 드림 투어 예선 탈락을 겪으며 점점 자신감을 잃는 듯했다.

 

점프 투어 우승 후 승승장구할 것 같던 손예빈이 마주한 벽은 바로 드라이버 입스였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정규 투어 진출을 꿈꾸던 손예빈은 2021시즌 정규 투어 티켓을 쟁취하기 위해 ‘KLPGA 2021 정규 투어 시드순위전’에 참가했으나 예선 37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결국, 지난해 드림 투어에서 활동한 손예빈은 다시 한번 정규 투어 무대를 밟기 위해 드림 투어 상금순위 20위 안에 드는 것을 노렸지만, 상금순위 48위에 올라 그 기회마저 놓치고 말았다. ‘입스’라는 문턱은 높게 느껴졌으나, 손예빈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정진하자고 다짐했다.



 


손예빈은 입스를 극복하기보다는 이 시련을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을 괴롭히는 입스에 대해 묻자 손예빈은 “사실 아직 입스라는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드라이버 입스를 극복하는 것에 몰두하기 보다, 미스 샷이 나오더라도 플레이를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트러블 샷과 쇼트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초점을 쇼트 게임 쪽으로 옮긴 후 드라이버를 구사하는 데 한결 더 편해짐을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드라이버 입스 대책 마련을 고민하던 중에 손예빈은 2022시즌 정규 투어에 가기 위한 마지막 기회인 ‘KLPGA 2022 정규 투어 시드순위전’을 맞닥뜨렸다. 

 

당시 기억에 대해 손예빈은 “시드순위전 당시 샷감이 좋지 않아서, 아무런 기대 없이 출전했다. 자연스럽게, 긴장하지 않고 플레이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웃으며 돌아봤다.

 

이어 손예빈은 “나를 포함한 모든 참가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최고의 기량을 뽑아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붓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1등을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노력한 모든 선수에게 진심으로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따듯한 마음도 전했다.

 

다가오는 2022시즌, 루키라는 타이틀로 정규투어에 입성하는 손예빈은 “정규 투어는 골프를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꿈꾸던 무대다. 하루빨리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만큼 기대도 크다. 지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하지만, 대회에 임할 때는 차분히 집중할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을 밝혔다. 

 

이어 잘하고 싶은 대회를 묻자 “아마추어 시절 참가했던 ‘한화 클래식 2019’에서 큰코다친 적이 있다. 당시 컷탈락을 했는데,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라고 전하며 웃었다.

 

첫 정규 투어 시즌을 위해 국내에서 체력훈련을 진행하고 미국 팜스프링스로 동계 훈련을 떠난 손예빈은 높은 난도의 정규투어 코스에서 있을 실수를 대비하고 만회할 수 있도록 쇼트 게임 연습을 집중적으로 한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BMW Ladies Championship'에서 함께 플레이한 고진영 선수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능력과 침착한 멘탈 그리고 정교한 샷을 연마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으로 골프팬들에게 ’믿음직한 선수‘로 불리고 싶다는 손예빈은 “신인왕이나 1승을 한다면 물론 좋겠지만, 정규 투어에서 첫해다 보니 욕심보다는 적응에 초점을 맞추겠다.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는 쇼트 게임과 웨지샷 플레이 능력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도 목표로 잡고 있다”며 “정규 투어 무대를 밟는다는 것 자체로 설레기 때문에 한 시즌 많이 배우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올 시즌 목표를 솔직하게 말하며 웃었다.

 

 











선우영채 기자(sunw_yc@monthlygol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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