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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골프코스’ 디자인은 어떻게 탄생할까?
  • 월간골프 기자
  • 등록 2020-02-12 1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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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골프-Since 1970=월간골프 ]




골퍼들이 골프장을 찾을 때마다 녹색으로 깔린 잔디와 다양한 지형물, 코스의 언듈레이션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래서 골프에 빠진 골퍼들은 ‘골프’라는 스포츠에 앞서 이런 매력에 먼저 사로잡히기도 한다.

   

150야드 전후의 파3 홀과 400야드를 넘나드는 파5 홀까지 총 18개 홀이 펼쳐져 있는 골프장은 각 홀마다 각기 다른 특색과 지형적인 차이로 인해 골퍼들을 혼란스럽게도 하지만 그 또한 골프의 매력임을 결코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간혹 이런 골프장을 탄생케 한 설계자들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흔히 골프코스 설계자를 방어자에 비유하곤 한다. 

   

코스를 정복하려는 골퍼의 공격력에 쉽게 정복된다면 결코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이 될 수 없기에 코스 설계자들은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미로처럼 복잡하게도, 가끔은 홀을 숨기기도 한다.

   

한국처럼 산악지형 위주의 골프장들은 홀을 꺾거나 감추기에 유리하고, 가끔은 먼 산이나 하늘을 향해 샷을 날려야할 때도 있다.

   

골프코스 설계가로 유명한 송호 대표는 “골프코스를 너무 어렵게만 만든다고 해서 골퍼들이 흥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쉬워 보이는데 경기를 진행할수록 어려워지는 코스, 즉 코스 곳곳에 설계자의 함정들이 뿌려진 코스가 더욱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골프장 면적이 작은 경우 거리가 짧아 쉬워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그린 주변에 무수히 많은 벙커들을 배치한 적이 있다. 이런 골프장을 경험한 골퍼들은 “내가 잔디에서 골프를 쳤는지, 아니면 해변가에서 쳤는지 헷갈린다”고 말할 정도로 불평스러운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설계가의 뻔한 의도는 골퍼들을 화나게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랜딩 포인트의 폭을 좁히거나, 그 주변에 벙커를 배치하기도 하고, 그린 지역을 높이거나 언덕 아래에 배치하는 등 좌우 도그렉과 함께 상하 높이를 극대화 해 비하인드 홀로 재탄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여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홀에 너무 많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면 아마추어 골퍼들은 어려움을 느낄 것이 뻔하고, 경기 진행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 

   

경기 진행이 느려지면 팀을 많이 받을 수 없기에 골프장 측에서는 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골프장 운영자는 골프 설계자와 이런 문제로 인해 마찰을 빚곤 한다.

   

심지어 건설이 끝난 골프장에서 시범라운드 중에는 있던 벙커가 본 영업일에는 없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문제점들도 감안해야 하는 것이 또한 골프코스 설계자들의 몫이다.

   

한때 국내 유명 골프코스를 설계했던 건축가 출신의 A 대표는 “코스설계에 있어 디자이너의 의견이 100%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골프장을 찾는 골퍼도 만족해야 하고,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도 만족해야 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첫 설계자의 의도에서 수 십 차례 바뀌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재미난 사실은 A 대표가 코스를 설계하는 방법이 아주 독특했다. 설계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A 대표는 여성의 나체를 통해 코스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누운 여성의 인중(코와 윗입술 사이)을 티잉그라운드로 여기고 몸의 곡선대로 코스를 이어간다는 이야기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 출신의 설계가들은 자신의 선수시절의 경험이 설계에 많이 반영되다보니 조금은 거친 면도 많고, 남성 친화적인 코스가 많은데 정작 여성 친화적인 코스는 많지 않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바로 여성의 나체로 A 대표처럼 코스 설계자들의 창의력은 제각기 다른 곳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에게 평가 받게 되는데, 가끔은 명문 골프장임을 홍보하며 외국의 유명 골프 설계자가 디자인 한 코스임을 강조하는 광고도 종종 보게 되는데 주로 평지의 링크스 코스가 많은 외국에 비해 한국형 산악 지형에 적합한 코스를 설계하고, 또한 한국 골퍼의 유형까지도 파악하고 디자인에 반영한 것일까? 란 의문이 들곤 한다.

   

어떤 코스가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골프장을 찾을 때 그 코스 설계자의 숨은 의도를 파악해가며 라운드를 즐겨보는 것도 골프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 월간골프 최영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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